정상에서 만난 한 등산객은 “태백산의 일출을 제대로 보려면 삼대가 덕을 쌓아야 한다”고 말했다.
제대로 된 일출은 일년에 고작 20일 정도뿐이라는 것이다.
새해 첫날을 아름다운 일출과 함께 한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태백산에 오르는 것만으로도 의미있는 일이다.
어두운 밤길을 가로질러 오른 산, 정상에서 만나본 설국의 자연과 소원을 비는 사람들.
세상만사는 모두 돌고 도는 듯. 수천 년을 이어온 아름다운 한국의 모습이 태백산에 그대로 담겨있다.
단종비각(端宗碑閣)을 지나 하산을 시작했다. 천제단이 바로 아래 자리한 단종비각은
조선 6대 임금 단종이 영월에 유배되어 1457년 승하한 후 산신령이 됐다고 전해지고 있다.
마을 주민들은 이후 영혼을 위로하기 위해 이곳에서 제를 지내고 있다.
지금의 비각은 1955년 망경사 박묵암 스님이 건립했고 비문과 현판은 오대산 월정사 탄허스님의 친필이다.
망경사로 발걸음을 옮기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해발 1,470m의 샘, ‘용정(龍井)’이 있다.
시원하게 물 한 모금 마시고 반재를 거쳐 당골로 내려온다.
4시간 남짓한 산행, 한 해를 시작하는 새로운 마음가짐을 다지고 다시 사람 사는 세상으로 내려온 순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