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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산 눈꽃 길-네이버캐스트

띨빡이 2010. 4. 18. 18:26

‘아름다운 한국’의 국토 순례가 꼬박 1년을 맞았다. 강원도 강릉에서 시작한 순례는 전국을 가로지르며

제주도와 울릉도를 거쳐 또 다시 이곳 강원도 태백산으로 돌아왔다.

그간 무탈하게 지내온 한 해를 감사하는 마음과 새해 순례의 길이 순탄하게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민족의 영산’이라는 태백산 앞에 섰다.

태백산의 일출을 보기 위해 산을 오른 시간은 새벽 4시. 주위는 온통 어둠뿐이다.

정상인 장군봉까지 4km의 여정을 불과 열 발자국 앞까지만 비추는 손전등에 의지해 올라야 한다.

게다가 때마침 불어 닥친 한파로 인해 체감온도는 영하 20도 밑으로 내려갔다.

강원도 태백산 지도 보기

하늘과 만나기 위해 산을 오르다

‘민족의 영산’ 태백산을 올라 제를 지낸 것은 ‘왕이 친히 천제를 올렸다’는 옛날 [삼국사기]의 기록에서부터 찾을 수 있다.

이후로 [세종실록지리지]에도 태백산을 ‘북악’으로 받들어 제를 지낸 기록이 있고

고려와 조선을 거쳐 지금까지도 이곳은 천제를 지내는 신성한 장소로 이어지고 있다.

태백시는 매년 개천절에 ‘태백제’를 지내고 있다.

유일사 매표소에서 시작된 산행은 칠흑 같은 어두움만 견디면 큰 어려움이 없다.

우람한 산세와 달리 완만한 등산로를 따라가면 정상까지 2시간 남짓 걸린다.

유일사 입구까지는 사람 서넛이 나란히 지날 만큼 넓은 길이고 이후로는 좁은 돌계단으로 이뤄진 등산로가 이어진다.

잠시 추위 속에 물 한 모금 마시고 정상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주목과 고사목이 연출하는 태백의 눈꽃

한 시간쯤 걸었을까, ‘태백산’의 대표적인 풍경인 눈꽃이 새벽 어둠 속에서 나타난다.

살아서 천 년, 죽어서 천 년을 간다는 ‘주목’ 위로 하얗게 내린 눈은 마치 사슴뿔에 난 털처럼 보드라워 보인다.

눈꽃은 동화 속 설국(雪國)에 들어온 착각을 일으킨다.

손전등 불빛에 놀란 토끼가 깜짝 놀라 눈밭을 달음질한다.

오르는 길에 ‘야생동물 주의’ 푯말이 있었던 것이 생각났다.

멧돼지가 나타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어두운 길이 걸음을 재촉했는지 정상인 장군봉에 도착한 시각은

예상보다 이른 새벽 6시. 정상에서 500m 떨어진 망경사에서 몸을 녹이고 다시 일출을 보기 위해 천제단 앞으로 올라왔다.

푸르스름하게 하늘이 밝아온다.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광경은 가히 신성하다.

1,000m가 훌쩍 넘는 함백산, 두타산, 매봉산이 발 아래로 보인다.

봉우리 사이 능선을 타고 이어지는 희뿌옇고 둥근 선들은 한 폭의 동양화를 보는 듯하다.

잎사귀 없이 뾰족하게 솟은 나뭇가지는 마치 심장에서 피가 뿜어져 나가는 혈관처럼 힘차게 하늘을 향해 뻗어 올랐다.

 

 

새로운 희망을 갖고 내려온 사람 사는 세상

정상에서 만난 한 등산객은 “태백산의 일출을 제대로 보려면 삼대가 덕을 쌓아야 한다”고 말했다.

제대로 된 일출은 일년에 고작 20일 정도뿐이라는 것이다.

새해 첫날을 아름다운 일출과 함께 한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태백산에 오르는 것만으로도 의미있는 일이다.

어두운 밤길을 가로질러 오른 산, 정상에서 만나본 설국의 자연과 소원을 비는 사람들.

세상만사는 모두 돌고 도는 듯. 수천 년을 이어온 아름다운 한국의 모습이 태백산에 그대로 담겨있다.


단종비각(端宗碑閣)을 지나 하산을 시작했다. 천제단이 바로 아래 자리한 단종비각은

조선 6대 임금 단종이 영월에 유배되어 1457년 승하한 후 산신령이 됐다고 전해지고 있다.

마을 주민들은 이후 영혼을 위로하기 위해 이곳에서 제를 지내고 있다.

지금의 비각은 1955년 망경사 박묵암 스님이 건립했고 비문과 현판은 오대산 월정사 탄허스님의 친필이다.

망경사로 발걸음을 옮기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해발 1,470m의 샘, ‘용정(龍井)’이 있다.

시원하게 물 한 모금 마시고 반재를 거쳐 당골로 내려온다.

4시간 남짓한 산행, 한 해를 시작하는 새로운 마음가짐을 다지고 다시 사람 사는 세상으로 내려온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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