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대 산업디자이너’라는 수식은 좀 자의적이긴 하다. 올림픽 게임도 아닌데 어떻게 그렇게 많고 다양한 디자이너들에 순위를 매길 수 있을까? 하지만 순위의 진위를 따지기 전에 이미 그의 디자인이 세계적으로 어떤 위상을 가지는지 짐작하기에는 모자람이 없다. 세계 3대 디자이너인지 아닌지 법적으로 확인할 길은 없으나 그런 말이 나올 정도로 마크 뉴슨(Marc Newson)은 세계 최고의 반열에 올라있는 것이다.
대개의 훌륭한 디자이너들은 자신의 전통에 젖줄을 대면서 개개인의 창의력과 문화적 깊이를 동시에 증대시킨다. 하지만 마크 뉴슨은 자신이 디자인 전통이 일천한 호주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오히려 성공할 수 있었다고 한다. 만약 이탈리아에서 디자인을 공부하였다면 에또레 소사스(Ettore Sottsass)나 마리오 벨리니(Mario Bellini) 스타일에서 벗어나지 못해 고생했을 텐데, 호주에서 태어나고 거기서 보석과 조각을 공부한 덕에 자신만의 고유한 디자인 세계를 구축할 수 있었다고 말이다. 국적을 더듬을 수 없는 그의 디자인들을 보면 일견 옳은 말이다. 게다가 그는 어렸을 때부터 일본이나 유럽 등지를 돌면서 살았기 때문에 특정한 문화권에 가둘 수 없는 국제적인 성격을 가졌다. 심지어는 우리나라에서도 잠깐 지냈다고 하는데, 그래서 마크 뉴슨의 디자인에서는 프랑스나 이탈리아, 일본의 디자이너들의 디자인에서 느낄 수 있는 전통의 무게 대신 본인의 개성만이 투명하게 빛을 발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그의 장점이자 단점이기도 하다. 그렇게 해서 현재의 화려함은 획득하고 있지만, 그것이 얼마나 오래 동안 지속될 수 있는가에 있어서는 역시 전통의 부재라는 문제가 언제라도 발목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개 전통을 뺄 경우 디자인이 절대적으로 기대게 되는 것은 새로움, 그리고 첨단의 기술이다. 마크 뉴슨 역시 창의성을 트레이드 마크로 내세우는 디자이너이며, 그것을 뒷받침하는 기술의 중요성을 무엇보다 강조한다. 1986년에 만든 미래주의적 소파 ‘록히드 라운지(The Lockheed Lounge)’ 를 보면 그의 관심이 일찌감치 기술적인 부분에서 시작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