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메트르는 질량이 아주 큰 하나의 원시원자에서 우주가 시작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는 원시원자가 분열에 분열을 거듭하여 작은 파편들로 갈라져 현재의 원자가 만들어졌다고 생각했다. 만약 분열이 항상 같은 크기로 일어났다고 가정하면 원시원자가 260번 정도 분열하면 오늘날의 원자 크기가 된다.
르메트르의 생각은 커다란 원자핵이 불안정하다는 원리에 기초한 것이다. 하지만 이 생각은 오늘날 관측되는 우주와 맞지 않는다. 왜냐하면 불안정한 큰 원자의 분열로 만들어지는 원자들은 주기율표의 중간쯤에 위치하는 원자들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오늘날의 우주는 철이나 니켈과 같은 원소들이 풍부한 우주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오늘의 우주는 가장 가벼운 원소들이 풍부한 우주이다.
어마어마한 양의 수소와 헬륨은 도대체 어디서 왔나?

조지 가모브(George Gamow, 1904-1968)는 우주의 대부분이 수소와 헬륨이고 다른 원소들은 양이 매우 적다는 것에 주목하였다. 만약 우주가 아주 뜨겁고 밀집된 상태로부터 폭발적으로 팽창(빅뱅)해왔다고 가정하면 허블이 발견한 우주의 팽창과 우주에 존재하는 원소들의 기원을 설명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가모브는 별들이 헬륨을 만들어내는 속도가 매우 느리다는 사실에도 주목했다. 태양은 초당 5.8x108톤의 헬륨을 생산해낸다. 그런데 태양 속에는 5x1026톤의 헬륨이 있다. 이 양은 태양이 270억년이 걸려야 합성할 수 있는 양이다. 태양의 나이는 겨우 50억년 밖에 안되었는데 이 많은 헬륨은 어디서 온 것인가? 별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그전부터 존재하던 것이 아닐까? 아마도 우주에 있는 대부분의 헬륨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가모브가 빅뱅에 대한 연구를 시작할 즈음에는 별이 헬륨 보다 더 무거운 원소를 만들어 낼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사실 태양은 수소를 헬륨으로 융합하는 일도 버거워했다. 아무래도 별들은 가벼운 몇몇 원소 외에는 무거운 원소를 생산하는 능력이 없어 보였다(이러한 생각이 틀렸다는 것은 훗날 빅뱅이론에 맞서 정상상태 우주론을 주장한 호일에 의해서 밝혀지게 된다).
수소와 헬륨은 빅뱅으로 생성되었다

가모브는 무거운 원소에서 가벼운 원소가 만들어지는 르메트르의 접근을 버리고, 오늘날의 우주에서 관측되는 사실로부터 출발했다. 가모브는 천문학자들이 조사해온 별과 은하의 분포를 토대로 우주 전체의 밀도를 얻을 수 있었는데 그것은 지구 1000배 부피에 1g이 들어 있는 정도의 아주 낮은 밀도였다. 다음에는 허블의 관측결과를 받아들이고 시간을 거꾸로 돌렸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갈수록 우주는 작아졌고 탄생의 순간에 접근하자 밀도는 어마어마하게 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