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3

형태와 입체의 특징-네이버캐스트

띨빡이 2009. 10. 7. 22:23

형과 형태 

점이 모여 선이 만들어지고 삼각형이나 원과 같이 닫힌 선의 경계로부터 형(形)이 만들어 집니다. 또 화가가 캔버스에 칠하는 색면이나 조각가의 입체조형물 외곽선을 따라 형이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사물의 외곽선은 둘러싸고 있는 면이나 공간을 하나의 형태로 지각하게 합니다. 또 회화에서 형태라는 개념은 색상, 명암, 질감 등을 포함하는 시각적 이미지로 보다 넓은 의미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시각적으로 관찰 가능한 대부분의 사물은 기본 입방체의 무한히 다양한 변형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형과 입체를 포괄하여 회화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형태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로 하겠습니다.

  

 

 

  

형태의 구성


기본적으로 그림은 형태의 구성이라고 할 만큼 다양한 형태의 조합으로 이루어집니다. 17세기 독일화가 게오르그 프뢰겔의 놀랍도록 섬세한 정물화의 이미지들은 현실적인 사물(곤충, 정어리, 빵류, 유리잔, 접시 등)로 인식되지만, 조형적인 관점에서 사물의 형태들을 관찰하면 원(구), 사각형(육면체), 원통, 원반 등의 구성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반면 인상파의 대표작가인 모네의 [인상, 해돋이]와 쇠라의 [쿠르보브와의 다리]와 같이 구체적인 사물의 형태는 암시적으로 변하며 광선과 색채의 조화를 통해 현실의 인상을 표현하는 그림들도 있습니다.

 

 

 

 

형태와 입체


형은 보통 2차원적인 관점에서 파악되지만 면이 모이고 명암이 더해지면 3차원의 입체가 됩니다. 따라서 화가들은 평면의 캔버스에 형성되는 3차원의 공간감과 입체감을 통해 현실을 재현합니다. 과거의 회화가 시각적 착시현상에 의해 입체감을 표현해 왔다면 현대회화에서는 화면에 오브제를 직접 부착하거나 설치하고 입체적인 매체의 화면을 이용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평면회화와 입체작품 간의 구분이 모호해지고 있습니다. 선에서 시작한 형태가 명암효과에 의해 3차원의 입체로 느껴지는 과정을 아래 세 점의 드로잉을 통해 살펴 볼 수 있습니다.

 

 

 

아래 에곤 쉴레의 작품 [줄무늬 드레스의 에디스]는 다소 변형된 형태와 윤곽선을 사용하는 반면 명암효과를 무시함으로써 입체감을 최소화하는 평면적인 기법으로 정서적 표현을 이끌어내고 있습니다. 앵그르 작품 [로스차일드 남작 부인의 초상]은 사실적인 형태감과 명암 효과를 이용한 풍부한 입체감으로 이성적이며 현실 재현적인 화면을 보여줍니다.

 

 

 

 

사실주의적 형태


모든 자연의 사물들은 고유의 형태를 가지고 있습니다. 서양미술은 이런 고유의 형태를 사실적인 형태묘사와 원근법, 투시법, 명암의 효과 등을 활용해 구체적 재현해 왔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은 신과 천사를 표현하더라도 마치 살아있는 현실의 존재처럼 실재적으로 표현해 왔으니 근대 이전의 서양미술은 대부분 기본적으로 사실주의의 범주에 속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인상파 이후 전개된 회화는 자연적인 형태를 변형함으로서 이전의 사실 재현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예술적 형식을 추구하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사물 고유의 색채를 임의의 색채로 대체함으로서 작가들은 새로운 표현의 자유를 획득하고 더 강한 정서적 감흥은 물론 새로운 시각의 조형적 질서를 구축했습니다.


휘슬러의 [회색과 검은색의 협주곡 – 화가의 어머니]는 사실적인 비례의 형태감과 충실한 공간감으로 엄격하고 절제된 현실적 분위기를 표현하고 있는데 반해 모딜리아니의 그림에서는 인체의 비례를 변형하고 인물과 배경사이의 공간을 압축하여 비현실적인 정서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샤임 수틴의 [붉은 옷을 입은 여인]은 일그러진듯 한 인물상을 통해 불안정한 영혼에 대한 연민을 표현하고, 에곤 쉴레의 작품 [눈먼 어머니]는 삶의 잔인한 고통 속에서 선연히 드러나는 모성과 생명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자연의 형태를 변형하는 과정은 크게 감성적인 변형과 이성적인 변형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모딜리아니와 수틴, 에곤 쉴레 등은 모두 감성적인 형태 변형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이상주의적 형태


자연주의적인 형태와 달리 이상주의적인 형태는 대상이 꼭 그렇게 되어야 한다는 이상적 관념에서 생겨난 것으로 자연주의적인 형태의 결점이라 생각되는 우연이나 변형이 수정된 지극히 이상적이고 최고, 최선의 상태를 지향하고 완벽을 추구하는 형태입니다. 이러한 형태는 전형적으로 고대 그리스의 조각상이나 르네상스 시대 작가들의 신화, 종교, 영웅의 인물상들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데 인체 비례와 건강미,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가장 모범적이고 이상적인 형태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현대 미인의 기준이 과거와 다른 것처럼 이상주의적인 형태는 시대에 따라 변해왔지만 인간은 기본적으로 이상주의적이며 완전함을 추구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이러한 개념은 지속적으로 미술에 등장하고 있습니다. 또 이러한 형태는 우월성이나 완벽성을 바탕으로 종교나 이념, 체제를 홍보하는 수단이 되기도 하고 광고 등에 활용되기도 합니다.

 

 

 

또한 사회문화적으로 아름다움을 위한 성형시술과 근육 만들기 등이 발전하는 것도 결국 이상주의적인 형태를 추구하는 것과 같은 개념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빈치의 [비투루비우스적 인간] 도판은 이상적인 인체의 비례를,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부분)에서는 아름다운 여성의 이상적인 형태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에서는 생명 창조의 권위를 상징하는 신의 위용과 순수하고 고결한 생명의 시작으로서 아담의 모습을 당대의 이상적인 남성의 관념적 육체 형태를 빌어 표현하고 있습니다.

 

 

 

 

직선적인 형태와 곡선적인 형태


데 스틸(De Stijl) 운동의 대표작가인 반 되스브르크의 그림 [카드놀이 하는 사람들]에서는 구체적인 사람의 형태는 찾아볼 수 없고 직선적이고 기하학적인 형태의 조합으로만 이루어졌습니다. 이 그림은 인간의 형태를 순수 조형의 요소인 선과 면, 형과 절제된 색채로 파악하여 재구성한 것으로 몬드리안의 작품과 더불어 직선적인 형태가 작품의 주된 표현수단으로 사용되었습니다. 반면 아르 누보(Art Nouveau) 양식의 장식성을 활용하여 유려한 형태와 화려한 색채의 작품들을 제작한 클림트의 그림에서는 인체와 다양한 장식적 요소들을 부드러운 곡선으로 처리하여 삶의 여정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회화작품은 직선과 곡선적인 형태들을 모두 포함하기 때문에 이를 엄격히 구분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그러나 기하학적이며 기계적이고 딱딱한 형태와 비교하여 유기적이며 자연적이고 부드러운 형태의 특성을 파악해보는 것도 의미 있는 감상이 될 것입니다.

 

 

 

 

형태의 변화 - 구상에서 추상으로


서양회화는 형태적 측면에서 볼 때 사실 기록이나 현실적 재현을 위한 효과적인 방법을 모색하는 과정으로 발전해왔지만, 19세기 중반 이후 사진이 실용화되면서 회화는 비로소 새로운 시각과 자유로운 정신을 표현하는 순수 창작의 예술적 영역으로 다양한 가지를 뻗으며 확장해가기 시작했습니다. 인상파의 뒤를 이어 20세기 초에 다양한 미술사조가 한꺼번에 등장하는 것도 사실 재현력이 뛰어난 사진이 미술 고유의 역할을 분담한데에 따른 영향이었습니다. 또한 과학, 철학, 인문학의 발전에 의해  급속한 시대 변화가 이루어졌고 자유롭고 순수한 예술적 개념의 폭발이 일어났습니다. 19세기 중반 이후 미술사를 주도하는 작품들은 대부분 현실 재현이 아닌 재해석과 새로운 조형적 시각을 추구한 예술정신의 산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현대회화(modern painting)의 영감을 제공한 세잔느는 자연을 원통, 원추, 구 등의 기하학적 입방체의 구축으로 파악하는 지적이며 조형적인 시각을 보여줍니다. 세잔느의 회화관을 단초로 사물을 입방체와 다시점(多視點)으로 해석하고 콜라쥬(collage)를 도입하는 입체파가 등장하게 됩니다. 비로소 회화 사상 가장 획기적인 형태 변화가 이루어지는 현대회화의 서막이 오르게 됩니다. 입체파의 등장 이후 회화에서 이미지 변화와 다양성 또한 급속히 발전하게 되는데 가장 대표적인 예로 구상에서 추상으로의 변화는 궁극적으로 눈에 보이는 것 이상의 개념을 순수 조형의 관점에서 표현하는 것이었습니다.

 

 

 

몬드리안의 작품 [나무 연작]은 구체적인 대상인 현실의 나무를 순수 조형적 요소로 파악하고 변형해 가는 과정을 보여주는데 후일 선과 면의 기하학적 구성과 색채의 절제를 통해 주지적이고 차가운 느낌의 이성적인 화면으로 발전하게 됩니다. 구도를 정하는데 있어서 수학적 계산에 의한 기하학적 형태를 사용하며 작품의 표현을 최소한의 형태와 색채로 표현하여 ‘차가운 추상’으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칸딘스키는 대상의 구체적인 재현에서 이탈, 화려한 색채와 비정형적인 형태를 통해 교향악적이고도 다이내믹한 감성적인 추상표현을 완성하였고 후일 잭슨 폴록은 드리핑 기법을 통해 바닥의 캔버스에 떨어지는 물감 괘적을 집적하여 또 다른 행위적 추상적 표현을 선보였습니다. 이들을 이지적인 몬드리안의 추상형식과 대비하여 ‘뜨거운 추상’이라 구분하고 있습니다.

 

 

 

 

미술사 - 형태 변화의 역사

 

미술의 역사는 사회가 요구하는 미술의 역할과 표현 양식의 시대적 변화이고 그 핵심 중 하나는 표현대상의 형태적 변형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고대에서 현대까지 미술사의 흐름에 따라 끊임없이 이루어지고 있는 형태의 변화를 살피는 것은 미술 감상과 창작에 있어 대단히 의미있는 일입니다. 다음 4편은 회화에 있어 명암의 특성과 효과에 관해 설명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