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화가 그려지기 전 동피랑은 철거 예정지였다. 통영시는 애초 마을을 철거하고 충무공이 설치한 옛 통제영의 동포루를 복원하려고 계획했다. 주변은 공원을 조성할 예정이었다. 주민들은 약간의 보상비를 받고 마을을 떠나야 할 처지. 그러나 2006년 11월 ‘푸른 통영 21’이라는 시민단체가 “달동네도 가꾸면 아름다워질 수 있다”며 공모전을 연 이후 상황이 바뀌었다. 전국 각지에서 미술학도들이 몰려들었고 골목 곳곳마다 아름다운 벽화를 그렸다. 허름한 달동네는 바닷가의 벽화마을로 새로 태어났다. 독특하고 개성 넘치는 모습이 입소문을 타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 들기 시작했다. 주말이면 200~300명의 여행객이 찾는다고 한다.
마을 입구에서 만난 한 할아버지는 “철거된다는 말 들었을 때는 맨날 울었다 아이가. 건물은 무허가인데다 우리야 뭐 가진 돈이 있어야지. 어디로 가야 할 지 답답했지”라고 말했다. “지금이야 뭐 부족한 기 있나. 쫓겨날 걱정도 없고, 마을도 환해짔고, 사람들도 이렇게 찾아와 주니 마을에 생기도 돌고…… 좋아도 너무 좋아짔재.” 이렇게 말하는 할아버지의 얼굴은 환하고 환했다. 통영시 역시 동포루 복원에 필요한 마을 꼭대기의 집 3채만을 철거하고 나머지는 보존하기로 계획을 변경했다. 또한 주민의 자유로운 의지로 이사 간 집은 예술가의 활동공간으로 제공할 계획이라고 한다. 현재 마을 꼭대기를 중심으로 대여섯 채가 개량작업 중이다. 예술이 마을과 실핏줄 같은 골목을 살려낸 것이다.
동피랑 골목의 시작은 중앙시장 옆 ‘강원수산’. 길은 지그재그로 언덕을 향해 올라간다. 한 굽이 돌아설 때마다 새로운 벽화가 나타난다. 커다란 고래가 그려진 벽화도 있고 작은 물고기들이 헤엄치는 그림도 있다. 온통 푸른 바다로 가득 찬 벽도 있다. 골목 중간쯤 오르다 뒤를 돌아볼 것. 푸른 통영 바다가 골목 사이로 펼쳐진다. 금방이라도 바닷물이 골목으로 밀려들어올 것만 같다. 골목을 걷다 보면 이곳 저곳에서 사진을 찍으러 온 이들과 만난다. 골목 모퉁이에서, 노랗게 칠해진 창문 앞에서, 귀여운 그림 앞에서 사진을 찍는다. 모두가 행복한 표정이다. 허락 없이 집으로 들어가거나, 큰 소리를 내며 떠드는 일 등 마을 주민들을 성가시게 하는 일은 피할 것. 마을 여러 곳에 ‘벽화를 관람할 때 주민들의 생활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지붕에 올라가거나 집안을 기웃거리는 일은 삼가 달라'는 부탁의 푯말이 붙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