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트형제-네이버캐스트

1906년 5월 22일, 오빌 라이트와 윌버 라이트 형제가 ‘나는 기계’로 미국 특허를 획득했다. 특허번호 821393이었다. 1903년 3월에 직접 특허를 출원했지만 한 차례 거부당하고, 변리사를 고용해 재출원한 후 승인을 받은 것이다. 형제가 주장한 특허의 핵심은 ‘나는 기계’를 조정하는 새롭고 유용한 방법이었다. 동력을 이용하건 이용하지 않건 아무런 상관이 없는 매우 적용 범위가 넓은 특허였다.

 

 

형제는 복음주의 연합형제교회 주교의 아들이었다. 형 윌버는 1867년, 동생 오빌은 1871년에 태어났다. 둘 다 어릴 때부터 기계를 다루는데 재능이 많았다. 1878년 그들은 아버지로부터 선물 하나를 받았다. ‘헬리콥테르’라고 불리는 작은 장난감이었다. 고무줄로 움직이는 프로펠러가 달려 있어 하늘을 날 수 있는 이 장난감에 그들은 ‘박쥐’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다. 이날 이후 그들은 비행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들은 ‘박쥐’를 직접 만들어 보려다 실패한 후, 연 날리기에 열중했다. 하지만 나이를 먹어가면서 이 ‘매혹적인 놀이’를 그만 둔다. “연 날리기는 아이들의 놀이”였기 때문이다. 형제는 두 사람 다 졸업장을 받지는 못했지만, 고등학생 시절 인쇄기를 직접 조립해 신문을 만들어 팔 정도로 손재주도 좋았고, 엄청난 독서광이기도 했다. 1892년 형제는 동업으로 자전거 수리점을 열었다. 그리고 나중에는 제작과 판매까지 겸하는 회사를 세웠다. 당시 미국을 휩쓴 자전거 열풍 덕분에 그들은 큰 수익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1896년 여름, 형제는 오토 릴리엔탈이 사망했다는 슬픈 소식을 들었다. 릴리엔탈은 글라이더를 타고 세계 최초로 하늘을 나는데 성공한 독일인이었다. 이 일은 비행이라는 형제의 어린 시절 관심사에 다시 불을 붙였다. 형제는 자전거 회사를 운영해 얻은 수익으로 글라이더 제작에 뛰어들었다. 형제는 옥타브 샤누트의 <비행 기계의 발달>, 새뮤얼 랭글리의 <항공역학 실험> 같은 책을 읽고, 하늘은 나는 새를 관찰하기도 했다. 열정은 더욱 더 커져갔고, 그들은 이제 단순한 글라이더가 아니라, 동력을 이용해 하늘을 나는 기계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형제는 활공 비행을 무수히 반복해 가며 동력 비행에 필요한 실험 데이터를 확보해 나갔다.

 

 

그리고 1903년 12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 키티호크 인근 킬데빌 언덕에서 형제는 동력 기계를 타고 하늘을 나는 첫 시도를 했다. 플라이어호라는 이름이 붙은 그 비행 기계의 엔진과 프로펠러는 모두 형제가 직접 제작한 것이었다. 당시 만들어진 그 어떤 것들보다 더 우수한 성능을 지닌 것들이었다. 동전 던지기로 정해진 첫 주인공은 형 윌버였다. 하지만 그달 14일 윌버의 첫 비행은 실패했다. 플라이어호는 사실상 이륙도 하지 못했고, 그는 부상을 당했다. 다행히 그리 큰 부상은 아니었다.

 

3일 후인 17일, 추운 날씨 탓인지 구경꾼은 다섯 명 뿐이었다. 드디어 모든 준비가 다 끝났다. 풍속은 시속 43킬로미터였다. 이번에는 동생 오빌 차례였다. 플라이어호의 엔진에 시동이 걸렸다. 형제는 악수를 나누며 몇 마디 말을 주고받았다. 한 목격자가 전하는 바에 따르면 이들은 “서로를 다시 볼 수 있을 지 확신하지 못한 채 헤어지는 가족처럼” 보였다고 한다. 오전 10시 35분, 플라이어호가 천천히 앞으로 움직였다. 비행기를 따라 달리던 윌버가 승강타를 잡아당겼다. 그러자 비행 기계가 공중으로 떠올랐다. 그리고 프로펠러의 힘으로 앞으로 날아갔다. 곧이어 플라이어 호는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했고 미끌어지듯이 모래밭에 착륙했다.   기체와 탑승자 모두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비행 시간 12초였고, 비행 거리 36.5미터였다. “새와 비교한다면 이 정도는 코웃음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 비행은 역사상 최초의 비행이었다. 인간을 태운 기계가 자체 동력만으로 공중을 날아올라 자유 비행에 성공한 것이다. 이날 형제는 시험 비행을 3차례 더 했다. 마지막 비행에서 윌버는 날개 길이 12미터, 기체 무게 283킬로그램인 이 비행 기계를 타고 59초 동안 약 255미터를 나는 데 성공했다.

 

비행에 성공한 형제는 미리 예약해 두었던 전보를 보냈다. 아버지에게 보내는 전보였다. “4차례 비행 성공, 평균 속도 31마일 최장 57초, 언론에 알리기 바람, 크리스마스까지는 집에 돌아감.” 하지만 언론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1904년 봄, 신문 기자들을 초청해 시범을 보인 플라이어 2호의 실험 비행은 무참히 실패했다. 형제가 이전에 비행에 성공했다는 말도 거짓말일거라며 투덜대는 기자들도 있었다. 형제는 자신들의 주장이 사실 임을 입증하기 위해 노력했다. 2호가 실패한 원인은 바람이 갑자기 자버렸기 때문이었고 그래서 형제는 뒷바람이 없어도 이륙할 수 있는 비행 기계를 만드는 일에 매진했다.

 

 

그 후 형제는 플라이어 3호기를 제작해 38분 동안 38킬로미터를 날았다. 선회 비행과 8자 비행에도 성공했다. 1908년에는 윌버가 유럽으로 건너가 여러 차례 시범 비행을 해 프랑스인들을 놀라게 했다. 한편 오빌은 미국에서 대중을 상대로 시범 비행을 했다. 이제 그들이 세계에서 처음으로 동력 비행에 성공했다는 사실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은 없었다. 그들은 비행 기계를 상품화하기 위해 회사를 세워, 미국 국방부와 비행기 납품 계약을 성사시켰다.

 

 

 

 

하지만 이무렵 특허 821393호에 도전자들이 나타났다. 미국은 물론, 프랑스, 영국 등지에서 많은 이들이 비행 기계를 제작해 하늘을 날기 시작한 것이다. 형제는 미국에서만 특허권 침해 소송을 열 두 건이나 제기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치열한 특허 전쟁을 벌인 상대는 글렌 커티스였다. 하지만 소송이 한참 진행 중이던 1912년 5월 20일, 형 윌버가 장티푸스에 걸려 세상을 뜨자, 동생 오빌은 비행기 사업에 흥미를 잃었다. 오빌은 자신의 회사 주식을 모두 매각했다. 소송도 미국 정부의 중재로 상호 특허 사용 계약이라는 형식으로 종결되었다.   1948년 1월 30일, 오빌이 오하이오 데이턴에서 심장마비로 죽었다. 형과 마찬가지로 동생 역시 줄곧 독신으로 지냈다. 엔젠가 오빌은 비행기를 발명하는 과정에서 언제 가장 큰 흥분을 느꼈냐는 물음을 받았다. 역사상 최초의 비행에서 기체가 이륙하던 순간이었으리라는 예상과는 달리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비행을 하지 않을 때 더 전율을 느꼈습니다. 무슨 얘기냐고요? 비행 전날 침대에 드러누워 다음 날 비행이 얼마나 짜릿할지를 생각해 볼 때가 가장 흥분되었으니까요.” 형제가 사상 처음으로 비행에 성공했던 ‘공기보다 무거운’ 플라이어 1호는 현재 미국 스미스소니언 협회 산하 항공우주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