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라의 4대 명절은 설날, 추석, 한식, 단오입니다. 설날과 추석은 굳이 말할 필요도 없는 국민 명절이고, 한식은 성묘하는 날로 많이 알고 계실 거예요. 그렇다면 단오는 어떤 날일까요? 바쁜 세상에 명절이 뭐 그리 중요한 일이라고 그 의미까지 알아야 하냐고 따지는 분이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작년에 일 때문에 일본 교토로 간 적이 있습니다. 유형문화재로 지정된 유서 깊은 전통가옥에서 교토의 시절 음식을 맛보게 됐습니다. 이 집 주인은 예약제로 집 견학을 받고, 역시 예약한 사람들에게만 교토의 음식을 대접합니다. 그리고 일 년 열두 달 해 먹는 교토의 시절음식을 묶어 책으로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그 분을 만난 후 세상을 지혜롭게 살아가는 방법과 멋이 담겨 있는 우리의 시절음식이나 명절음식에 대해 돌아보는 계기가 됐습니다. 바쁘게 살다가도 명절이나 절기가 되면 특별한 맛과 풍습으로 풍류를 즐기는 것이야말로 지혜로운 조상들이 선물한 값진 유산이라고 생각합니다.
글 l 이미경 (한식, 사찰요리연구가) http://blog.naver.com/poutian
도리깨 마주서서 짓내어 두드리니 잠농을 마를 때에 사나이 힘을 빌어
누에섭도 하려니와 고치나무 장만하소. 오월오일 단오날 물색이 생신하다.
외밭에 첫물따니 이슬에 저젔으며 모찌기는 자네하소 논심기는 내가 함세
들깨모 담배모는 머슴아이 마타내고 가지모 고추모는 아이딸 너 하여라.
맨드람 봉선화는 네 사천 너무마라.
‘농가월령가’의 한 대목입니다. 수릿날, 천중절(天中節)이라고도 부르는 단오(端午)에는 다양한 행사가 열렸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고운 머릿결을 가꿔주는 창포물에 머리 감기입니다. 여름 더위가 시작되는 날이라 여인들은 창포 삶은 물에 머리를 감아 윤기를 더하고 이 물에 세수로 세수를 했습니다. 창포뿌리를 잘라 비녀로 만들어 꽂기도 하고 비녀에 수(壽), 복(福)자를 새기기도 했는데, 모두 두통과 재액을 막고 싶은 바람이 담겨있습니다. 여자들은 그네뛰기, 남자들은 씨름을 즐겼고 혼인한 여자는 오랜만에 친정 나들이를 다녀오기도 했다고 하지요. 또 여름을 시원하게 날수 있도록 부채를 선물하기도 했습니다. 대추나무 시집 보내기라는 독특한 풍습도 눈에 띕니다. 대추나무 가지 사이에 작고 동그란 돌멩이를 끼워 넣으며 풍년을 기원한 행사입니다. ‘화수신재’에는 ‘대추나무 시집 보내기는 단옷날 오후가 좋으며, 단옷날에 도끼로 과일나무의 가지를 내려치면 열매가 많이 열린다’라고 적혀 있습니다.
지금은 거의 사라졌지만 단오 차례라는 제사를 지내기도 했는데, 이 때 제사상에 올리는 것이 약쑥으로 만든 쑥떡입니다. 임금님은 내의원에서 바친 제호탕을 마시며 여름 나기를 준비했고, 귀신을 쫓는다는 팥으로 죽을 끓인 단오팥죽을 먹기도 했습니다. 수리취떡이나 쑥떡, 앵두화채, 송홧가루에 꿀을 타 마신 송화밀수, 준치만두도 단오 때 먹던 세시 음식입니다.
쑥과 익모초
옛날에는 단옷날 오시(午時, 오전 11시~오후 1시)에 쑥과 익모초를 뜯는 풍습이 있었다고 해요. 일 년 중 양기가 가장 충전할 때라 쑥과 익모초의 효능도 이 때가 가장 뛰어나다는 믿음 때문입니다. 또 단옷날 아침에 이슬이 맺힌 약쑥은 배앓이를 그치게 한다고도 하며, 옛날에는 귀신을 물리친다고 하여 약쑥을 다발로 묶어서 대문 옆에 세워두기도 했지요. 들에 지천으로 돋아난 쑥은 뜯어서 떡을 만들어 먹기도 하고, 데쳐 냉동실에 넣어 얼려 두면 일 년 내내 쑥 요리를 즐길 수 있습니다. 익모초는 옛날 가난한 한 아들이 약을 지을 돈이 없어서 배가 아픈 어머니를 위해 의원이 처방해준 약재를 직접 캐어 달여 드렸더니 어머니의 증세가 회복되었다는 일화로 유명해진 약초입니다. 그래서 어머니를 이롭게 한 풀이라는 뜻인 익모초(益母草)라고 불리게 됐다고 하네요. 익모초는 여름철 식욕이 떨어질 때 즙을 내어 마시면 식욕이 돌고 몸을 보하는데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쓴맛이 고역이기는 하지만, 약으로 먹으면 더위를 이길 더 좋은 약은 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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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취 절편
단오에 먹는 세시 음식은 이맘때 나는 제철 재료를 이용한 보양음식들이 대부분입니다. 그 중 대표적인 음식이 수리취떡이에요. 지금은 거의 사라진 음식이지만, 단옷날에는 수리취의 어린 잎을 넣어 둥글게 만든 절편을 먹어왔습니다. 색은 쑥을 넣은 것처럼 녹색을 띄지만 맛은 쑥떡과 다릅니다. 수리취는 일반 취나물보다는 조금 늦은 봄에 나오는데, 많이 나오는 철에 쑥처럼 데쳐 냉동 보관해 두면 일 년 동안 맛있는 수리취떡을 먹을 수 있습니다. 한편 전라남도에서는 약떡이라는 시절음식을 즐겨 먹었다고 합니다. 갖가지 풀을 5월 4일 밖에 놔두어 밤이슬을 맞히게 하여 단옷날 아침에 떡을 해 먹었는데, 이게 바로 약떡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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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호탕
궁중에서는 단옷날이 되면 내의원에서 제호탕과 옥추단을 만들어 임금에게 바쳤다고 합니다. 제호탕은 사인, 오매육, 초과, 백단향 등 한약재를 가루 내어 꿀에 섞어 달인 것으로, 일종의 청량음료입니다. 마시면 정신이 맑아진다고 해서 ‘제호관정醍醐灌頂’이라고도 불린 제호탕은 더위로 기력이 떨어졌을 때 마시면 갈증이 사라지면서 식욕이 왕성해지고, 소화도 잘 됩니다. 한약 재료상에 가면 가루로 된 제호탕 재료를 손에 넣을 수 있습니다. 꿀을 살짝 데워 제호탕 가루와 섞어 두었다가 여름 내내 한 숟가락씩 떠 넣고 녹여 마시면 됩니다.
앵두화채와 앵두편
마당 뒤편에 앵두나무가 한 그루가 있습니다. 알이 작기는 하지만 해마다 풍성하게 열려 보고 있으면 마음도 풍성해집니다. 처음 딴 앵두로는 화채를 만들어 먹습니다. 알이 탱탱한 싱싱한 앵두는 씻어 물기를 빼두고, 따다가 터진 앵두는 즙을 내어 꿀물이나 설탕물에 섞은 후 앵두를 넣으면 달콤새콤한 앵두화채가 완성됩니다. 또 앵두를 끓여서 씨를 발라낸 다음 한천으로 굳히면 서양 젤리에 뒤지지 않는 천연 디저트 앵두편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이 음식은 옛 문헌 ‘음식 디미방’에 위장을 건강하게 하고 대장과 소장을 깨끗하게 한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또 앵두화채와 앵두편을 만들고 앵두가 남으면 설탕에 절여 술을 부어 두면 앵두술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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