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살면서 세속화되지 말고 하느님을 드러내는 것이 사제직... 기도와 일, 휴식이 조화 이뤄야... 어려움 극복에 신자들 기도 필요
![]() |
▲ 권혁주(안동교구장) 주교 |
![]() |
▲ 토리노 보세수도원 엔조 비앙키 원장수사의 「주님의 사제들에게」. |
'사제의 해'에 권혁주(안동교구장) 주교가 '특별한' 책을 우리말로 옮겼다. 이탈리아 교회일치 공동체인 토리노 보세수도원 엔조 비앙키 원장수사의 저서 「주님의 사제들에게」(바오로딸)다. 하느님과 교회를 사랑하는 한 수사가 사제들에게 띄우는 편지 형태의 꾸밈 없는 영적 고언으로 95쪽짜리 단행본이다.
이에 13일 안동교구청으로 권 주교를 찾아가 사제 영성과 사제들의 영적 쇄신, 하느님께서 바라는 사제직의 소명과 정체성 등에 대해 들었다.
지난해 교구 사제모임을 통해서도 이미 이 주제로 강의한 권 주교는 사제로서 직무수행과 사제 영성을 구분하지 않는 지은이의 지적에 깊은 공감을 표시했다. 권 주교는 2007년 11월 말 한국 주교단 사도좌 정기방문(Ad Limina) 당시 바티칸 책방에 들러 이 책을 입수했다.
"교회 안에는 '세례에 기초를 두고 하느님 말씀과 거룩한 성사로 양육되는 하나의 영성밖에 없다'고 저자는 강조하는데, 그 이면에는 사제든 수도자든 평신도든 '먼저 그리스도인이 돼야 한다'는 강한 메시지가 함께합니다. 그래서 '사제의 진정한 영성은 직무 수행을 통해서만 성장하고 살아있게 된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권 주교는 사제들에게 우선 '영적 기초체력'을 기르기를 주문한다. 말씀과 기도, 전례를 사제생활의 기초체력에 비유하며, 기초체력을 키우려면 지속적으로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특히 사제의 영성 생활과 정체성, 사제 직무의 효과는 말씀과 함께하는 사제의 '주변과의 관계 맺기', 즉 친교 여하에 달려 있다고 거듭 말한다. 더불어 하느님 말씀뿐 아니라 인간 안에 현존하는 하느님 말씀도 '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권 주교는 사제들의 '시간 성화'에 주목한다. '빨리빨리 문화'에 젖어 사는 한국 사제들도 기도와 일, 휴식의 조화를 지혜롭게 이뤄 나갈 때만 시간을 성화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하느님 백성들의 영성 갈구 문제와 관련해서도 사제들은 신자들이 스스로 신앙의 길을 찾도록 도와야 하고, 그래서 '강론'이 중요하다고 권 주교는 강조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제들이 말씀에 자신을 맡기고 말씀과 하나가 되고 생활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권 주교는 "짧지 않은 사제생활을 되돌아보면 지은이의 이같은 제안대로 잘 살지 못했기에 행복하지 못했던 순간들이 수없이 많았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며 "그 중에서도 특히 지은이가 강조하는 '듣는 사제의 삶'을 제대로 살지 못한 것 같다"고 속내를 내비쳤다.
사제직의 위기에 대해서도 빠뜨리지 않았다.
"사제직의 위기가 드러난 것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죠. 중요한 것은 사제는 세상에 살면서도 세속화되지 말고 하느님을 드러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21세기의 특징은 영성과 여성이라고 하는데, 영성도 물질주의의 만연으로 고갈되고 있습니다.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려면 신자들의 기도가 필요하고, 친교의 봉사자인 사제가 평신도들과 함께 렉시오 디비나(Lectio Divina, 聖讀) 그룹을 갖는 것도 좋은 방안입니다. 사제는 특히 사제만의 전문 영역인 영성에 더 집중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권 주교는 "성서사도직이 우리 교회만큼 활발한 교회도 없다"며, 말씀과 함께하는 한국교회에서 희망을 본다고 전했다.
오세택 기자 sebastiano@pbc.co.kr
'천주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리 영혼이 아름다운 이유 (0) | 2009.09.14 |
---|---|
교황, “순교 신심은 허무주의 극복 대안” (0) | 2009.08.26 |
[사제직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 4. 교회의 사제직 (0) | 2009.08.26 |
[사제직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 5. 교회의 사제직 ② (0) | 2009.08.26 |
가톨릭대 국제봉사단, 몽골 봉사단 발대 (0) | 2009.08.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