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상산(赤裳山·1029m)을 올랐다. 적상산은 4면이 층암절벽으로 둘러싸여 가을 단풍이 붉게 물들면 마치 여인네의 치마와 같다고 하여 적상(赤裳)이라 이름 붙였다고 한다. <동국여지승람>에는 “산이 험준하여 오르기가 힘들고 위에는 평탄한 분지가 있어 병기와 건물을 짓고 숨어 있을 수 있다”고 적혀 있다. 실제로 산에 오르면 사적 146호로 지정된 적상산성을 구경할 수 있다. 석축 둘레만 5,127m, 높이는 2.1m에 달했다고 전해지나 지금은 폐허가 되고 일부 흔적만 남아 있다.
적상산성은 고려 말 최영 장군이 전략 요충지로 왕에게 청하여 산성을 축성했다고 하나 확실하지 않다. 그러나 <고려사><세종실록지리지><조선여지승람>에 따르면 최소한 고려 중엽 거란의 2차 침입(1010년) 이전에 축성됐음을 확인할 수 있고, 시대적 정황과 축성 방식 등을 볼 때 백제시대에 축성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그 후 성안에 조선왕조실록을 보관하는 사고(史庫)도 세워지고, 절집도 들어앉았다. 1995년 양수발전소가 들어서면서 산 중턱에 호수가 생기자 서고는 호수 위로 이전했고, 절집도 위쪽으로 옮겼다. 산정호수를 만들면서 적상산 정상까지 도로를 냈다. 정상에서는 향적봉과 거칠봉, 남덕유산까지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적상산에 오르는 길에 꼭 들러야 할 두 군데가 있다. 머루와인 저장고와 천일폭포다. 저장고는 상부댐 설치를 위해 뚫었던 600여m 길이의 터널 중 250m 공간을 와인 저장고로 탈바꿈했다. 50m만 걸어 들어가도 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서늘하다. 천일폭포는 하늘 아래 하나만 있다고 해서 ‘천일(天一)’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15m가 넘는 절벽의 갈라진 틈 사이에서 쏟아지는 물줄기는 장쾌하면서도 시원하다. 이 외에도 장도바위, 장군바위, 송대폭포, 안렴대 등의 명소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