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의 인드라망 세계〈18〉자성을 따르지 않으면 연이 이루어지는가? |
불수자성수연성(不守自性隨緣成)
이렇게 반복 시행을 통해 나오는 새로운 값들을 좌표계에 표시해 나가면 그림과 같은 아름다운 기하학적 프랙탈 구조를 얻을 수 있다. 이렇게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타나는 사상(map)이라는 반복 시행의 기법은 수학, 물리학 등의 순수 학문 뿐만 아니라 생물학의 군집의 변화, 기상학의 날씨의 변화 예측, 경제학의 주식의 변화 등 사회의 모든 변화에 응용되고 있고, 카오스 이론이라는 물리학의 독특한 분야를 새롭게 탄생시켰다. 이렇듯 방정식이라는 간단한 인연의 사슬을 통해 자연의 비밀에 한걸음 다가서면서 우리는 엄청난 진보를 이루어냈다. 그렇다면 정말 자연이 이런 수학적 방정식에 의해 서로 상호 연결되어 있고 간단한 방정식에 의해 완벽하게 설명될 수 있는 것인가? 대답은 NO 이다. 사실 이런 기법을 응용할 수 있는 분야는 한계가 있으며, 사상(map)이라는 수학적 기법은 최초의 원인으로부터 시작해 하나의 원인은 단 하나의 결과만을 양산하는 1:1 하향식 연기법이라면, 실제의 현상계는 다양한 요소들이 다양한 인과관계로 복잡하게 얽혀있는 인드라망의 복잡계이기 때문이다.
시공 초월한 무한의 인드라망의 세계는 우리의 육안으론 볼 수도 셀 수도 없어
더욱 놀라운 사실은 시간을 역행하는 인과 관계가 성립해 시간의 화살에 따라 과거에서 미래쪽을 향해서만 발생하는 인과의 사슬이 깨질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이런 간단한 선형적 수학적 기법으로 자연계를 완벽히 설명한다는 것은 사실 불가능하다. 그런데, 20C 중반 미국의 물리학자 파인만은 이런 모든 인과의 사슬을 고려하는 획기적인 양자 역학의 법칙을 발표해 아인슈타인 같은 물리학자뿐만 아니라 세상 사람들에게도 큰 충격을 주었다. 파인만의 소위 ‘모든 경로들의 총합’이라는 양자 역학의 원리는 지금까지 검증된 과학적 이론 중에서 가장 정확하다는 것이 밝혀졌다. 파인만의 양자 역학의 세계는 다름아닌 화엄의 인드라망의 세계의 축소판이었다. ‘모든 세계들의 완전한 융섭과 몰입이 일어나고 시간마저 그 의미를 상실하는 화엄의 인드라망의 세계’에 현대 과학은 서서히 접근해가고 있었던 것이다. 중중무진의 화엄 법계란 무한의 선형 방정식이 시간과 공간을 가로질러 무한히 얽힌 인드라망의 세계이다. 그러므로 시공을 초월한 무한의 인드라망의 세계를 부처의 눈이 아닌 우리의 육안으로는 볼 수도 헤아릴 수도 없으니 어찌 그 연을 연이라 하겠는가. 용수는 <중론>에서 이같이 말한다. “모든 법(法)은 스스로 생겨나는 것도 아니고 다른 것으로부터 생겨나는 것도 아니다. 스스로와 다른 것이 합쳐진 데서 생겨나는 것도 아니며, 아무런 원인없이 생겨나는 것도 아니다……결과는 연(聯)에서도 연(聯)아닌 것에서도 생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결과란 존재할 수 없고, 연(聯)도 연(聯)아닌 것도 없다……연(聯)을 따르지 않고 결과가 생한다면 연(聯)에는 자성이 없다고 해야 할 것이다. 자성을 따르지 않고 생하였으니 어찌 연(聯)을 따라 생하였는가? 결과는 연(聯)에서도 연 (聯)아닌 것에서도 생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결과란 존재할 수 없고, 연(聯)도 연(聯)아닌 것도 없다.” 조현학 / 전 EBS 강사
[불교신문 2526호/ 5월23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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