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녕리는 제주시에서 동쪽으로 약 22km 떨어진 해안가에 위치했다. 1천148가구, 3천8백 명이 사는 비교적 큰 바닷가마을이다. 농가에서는 마늘, 양파를 주로 경작한다. 서김녕과 동김녕을 합쳐 해녀 수는 150명 가량. 제주 마을 중 해녀가 가장 많다. 성세기당, 큰당, 궤내깃당 등 매년 해녀들이 큰 제사를 드리는 당이 마을 구석구석에 자리 잡았다.
김녕마을은 천혜의 자연환경으로도 유명하다. 길이 8928m로 세계 최장 용암동굴인 만장굴과 길이 745m 김녕사굴 등 천연 동굴이 땅속을 흐른다. 게웃샘물, 성세기물, 청굴물, 신수물, 영등물 등 용천수가 마을 곳곳에서 뿜어져 나온다. 현무암이 흘러 너른 평지가 된 빌레, 마그마 거품이 그대로 굳은 병풍머를, 썰물 때만 자태를 드러내는 두럭산, 액운을 막기 위해 육지와 연결된 목지코지 등 해안선을 따라가며 만나는 이국적인 풍경은 마음을 사로잡는다. 묘산봉 근처에는 레저시설이 들어섰고, 인근에 <태왕사신기> 촬영장이 생겨 관광요소가 풍부해졌다. 임문배 해설사는 “김녕마을 해안선을 따라 걷는 길을 가꿀 예정이에요. 동굴과 지하수, 바다와 민간신앙이 어우러진 김녕마을은 제주도의 큰 자랑거리가 될 거에요”라며 마을의 가능성을 점친다. 김녕해수욕장에는 벌써부터 바지를 걷어 올리고 바다에 발을 담근 사람들이 눈에 띈다. 백사장 하얀 모래가 여름을 맞이한다. 산책을 하다가 아들과 길을 걷는 평상복 차림의 해녀를 다시 마주쳤다. 마지막 김녕해녀 세대일지 모르는 그녀의 뒷모습이 노을 진 바다와 함께 아련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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