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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말과 셀룰로오스-네이버캐스트

띨빡이 2009. 6. 17. 21:53

지구상에 존재하는 많은 식물들은 단지 물과 이산화탄소, 지구에 쏟아지는 태양 에너지 만을 이용하여 매년 많은 물질들을 만들어 낸다. 식물이 만들어 내는 물질은 초식 동물들의 맛있는 먹이가 되고, 육식동물들은 초식동물들을 자신의 먹이로 이용하여 대자연의 먹이 사슬이 유지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하루 동안 식물들이 생산하는 물질은 약 5억 톤 이상이다. 비교적 단순한 화학반응을 통해서 이 많은 양을 만들어 낸다니, 정말 자연의 생산력은 대단하다.

 

 

이런 엄청난 일은 식물이 광합성을 통해서 포도당을 만드는 화학반응으로 시작된다. 식물들은 생성되는 포도당의 일부는 셀룰로오스로, 일부는 녹말 형태로 만든다. 셀룰로오스는 식물의 줄기나 잎 등을 만드는, 즉 식물의 자기 성장에 필요한 물질이다. 셀룰로오스는 나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면 섬유의 원자재인 목화도 대부분이 셀룰로오스로 이루어져있다. 녹말은 식물의 생존에 필요한 에너지원이다. 열매, 줄기, 뿌리 등에 매우 다양한 형태로 저장된 녹말은 초식 동물에게도 중요한 에너지원으로 이용된다.

 

포도당은 탄수화물의 한 종류이다. 탄수화물을 단순히 구성성분의 간단한 비로 나타내고 싶을 때는 (CH2O)n이라 적는다. 탄수화물이라고 불리는 이유도 탄소(C) 하나에 물(H2O) 하나의 비율로 분자가 구성되기 때문이다. 포도당의 경우에는 n=6 인 탄수화물의 일종인 셈이다. 포도당(Glucose, C6H12O6) 분자는 육각형 고리 모양을 하고 있다. 고리 모양에서 1번 탄소에 결합된 OH가 육각형 고리모양으로 된 평면 공간보다 아래쪽에 위치한 경우는 알파 포도당, OH가 위쪽에 위치한 경우는 베타 포도당이라고 부른다.

 

 

 

 

녹말(starch)은 알파 포도당이 여러 개 결합되어 형성된 고분자이다. 우리가 주식으로 삼는 쌀은 물론, 옥수수, 감자, 밀 등에 많이 포함되어 있다. 식물은 자신의 분신인 씨, 뿌리, 열매 등을 우리에게 먹거리로 제공 해 주는 셈이다. 흰색의 녹말 용액에 붉은 갈색을 띤 아이오딘(요오드, iodine: I2)을 첨가하면 용액의 색깔이 보라색으로 변한다. 그 이유는 녹말과 아이오딘이 반응하여 생성되는 화합물의 색이 보라색이기 때문이다.  녹말의 농도에 비례하여 색깔도 진해진다. 이런 반응을 이용하면 식품에 포함된 녹말의 유무는 물론 함량 정도도 짐작해 볼 수 있다.

 

녹말은 알파 포도당의 탄소에 결합된 OH와 또 다른 알파 포도당의 탄소에 결합된 OH가 결합하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수 많은 포도당이 연결되는 화학구조를 지니고 있다. 포도당 분자가 결합할 때 마다 물이 한 분자 생성되며, 이런 결합을 글루코시드 결합이라고 한다. 녹말은 아밀로오스아밀로펙틴의 혼합물이다.  아밀로오스는 알파 포도당의 1번 탄소에 결합된 OH와 다른 알파 포도당의 4번 탄소에 결합된 OH가 글루코시드 결합을 통해 연결되면서 사슬처럼 길다란 선형 구조를 하고 있는 고분자이다.  반면에 아밀로펙틴은 아밀로오스에 포함된 포도당 분자들의 6번 탄소의 OH에 포도당 분자들이 결합되어 곁가지를 형성한 구조를 하고 있는 고분자이다. 아밀로오스를 곧게 뻗은 나무가지에 비유한다면, 아밀로펙틴은 곧은 나뭇가지에 잔가지들이 많이 달려 있는 나무가지에 비유될 수 있다. 식물의 종류에 따라 아밀로펙틴과 아밀로오스의 비율은 다르다. 대다수의 식물은 아밀로펙틴을 아밀로오스보다 2배정도 더 많이 가지고 있다.

 

 

반면에 동물은 수 많은 포도당 분자들이 수 많은 곁가지를 형성하여 만든 또 다른 형태의 고분자인 글리코겐(glycogen)을 몸에 지니고 있다. 글리코겐은 아밀로펙틴보다 더 많은 곁가지를 지니고 있다. 잘 알다시피 동물은 자연에서 매우 짧은 순간에 폭발적인 에너지를 필요로 할 때가 있다. 초식동물은 육식동물에 잡혀 먹히지 않으려고 삼십육계 줄행랑을 치고, 육식동물은 젖 먹던 힘까지 보태서 그날의 먹잇감을 잡는다. 살기 위해서는 순간적인 힘이 필요하다. 에너지원으로 사용될 포도당이 갑자기 많이 필요할 경우에는, 분자가 길다란 하나의 줄기 형태를 지닌 구조보다 곁가지가 많은 구조가 유리하다. 왜냐하면 수 많은 곁가지 말단에서 동시에 생성되는 포도당 분자의 수가 하나의 줄기에서 생성되는 포도당 분자의 수보다 많을 테니까. 따라서 자연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동물은 글리코겐과 같은 곁가지를 많이 가진 형태의 에너지원을 저장하는 방법으로 진화하여 온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셀룰로오스는 베타 포도당을 구성하는 1번 탄소에 결합된 OH와 또 다른 베타 포도당 분자의 4번 탄소에 결합된 OH가 반응하여 물이 빠져나가면서 글루코시드 결합이 형성되고, 계속 같은 방법으로 수 많은 베타 포도당이 연결되어 있는 고분자를 말한다.  두 개의 베타 포도당이 연결되어 형성된 이당류 분자를 셀로비오스(cellobiose)라고 부른다. 셀로비오스는 계속해서 수천 수만 개의 베타 포도당과 결합하고, 글루코시드 결합이 계속되면 셀룰로오스가 만들어 진다.  셀루비오스에 포함된 OH기는 10개인데도 새로 연결되는 포도당 분자는 오직 1번 탄소의 OH와 4번 탄소의 OH로만 글루코시드 결합을 한다. 이런 것을 보면 자연이 진행시키는 화학반응은 정말 기적과 다름이 없다, 불가사의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또한 셀룰로오스는 녹말과는 달리 곁가지가 없는 거의 선형 사슬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일직선 구조를 유지한 한 가닥의 셀룰로오스에 포함된 많은 OH기와 이웃하고 있는 또 다른 가닥의 셀룰로오스에 포함된 많은 OH기들끼리 수소결합을 하고 있다.  그 결과 셀룰로오스는 매우 질긴 물리적 성질을 띠게 된다.

 

목화 솜으로부터 뽑아낸 실로 만든 옷들이 물을 잘 흡수 하는 것도 셀룰로오스에 포함되어 있는 OH기로 인한 것이다.  공기 중에 습기가 많은 날 면으로 만든 옷을 입고 나가면 금세 옷이 눅눅해 지고 옷이 축 처지는 느낌을 받는 것도 같은 이유이다.  OH기가 많이 포함되어 있을수록 분자들은 물과의 상호작용을 잘 한다. 예를 들어서 설탕도 분자 내에 많은 OH를 포함하고 있어서 물에 잘 녹고, 물을 잘 흡수 하기도 한다.

 

 

글루코시드 결합을 통해 형성된 두 종류의 고분자 녹말과 셀룰로오스 중에서 녹말에 포함된 글루코시드 결합은 침샘에서 분비되는 아밀라아제 효소에 의해서 분해될 수 있다. 분해된 녹말은 수 많은 포도당이 되어 결국은 동물의 에너지원으로 사용이 될 수 있는 형태가 된다. 그러나 인간을 비롯한 많은 포유류는 셀룰로오스를 분해하는 효소(셀로비아제(cellobiase): 셀로비오스의 글루코시드 결합을 끊을 수 있는 효소)를 갖고 있지 않다. 셀룰로오스를 분해할 수 없어서 셀룰로오스로부터 포도당 분자를 얻는 것이 불가능한 셈이다. 그러나 셀룰로오스를 분해할 수 있는 균이나 미생물을 위 혹은 장에 달고 사는 동물들은 그것들의 도움을 받아서 셀룰로오스를 훌륭한 에너지원으로 활용한다. 토끼의 경우에는 대장에 셀룰로오스를 분해하는 미생물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토끼는 자기의 똥을 먹어서 에너지원을 섭취하기도 한다. 토끼 똥에는 토끼 대장에 사는 미생물이 셀룰로오스를 분해해 생성한 포도당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태생적으로 셀룰로오스를 소화시킬 수 없다. 즉, 셀룰로오스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할 수 있는 포도당 분자로 만들 수 없다. 하지만, 셀룰로오스가 많이 포함된 음식을 자주 먹는 것이 좋다. 그 이유는 셀룰로오스가 대장에서 물을 많이 흡수하여 대장을 자극하여 변비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으며, 동시에 대장에 존재하면서 몸에 해를 끼칠 가능성이 있는 위험한 물질들을 같이 씻어주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셀룰로오스가 많이 포함된 음식의 비중이 높아지면 자연스레 고기나 지방이 많이 포함된 음식의 비율이 낮아져 건강한 식단을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도 덤으로 생긴다.

 

현재 셀룰로오스를 화학적으로 변환하여 에탄올로 만들어 자동차나 가정용 연료로 사용할 수 있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기존의 연료에 비해 경제성은 물론 지구환경에 이롭다고 판단될 때에 비로소 실용화가 가능할 것이다. 미래에 셀룰로오스를 분해하는 약을 만들어 낸다면, 인간들이 식용 풀잎만 먹고도 거뜬히 에너지원을 충족하는 시대가 올 수 있지 않을까?

 

 

분자의 공간 배치에서 OH의 위치가 어느 곳에 있느냐에 따라서, 그것들의 결합 방식에 따라서 화학적 성질이 매우 다른 물질을 만들어 내는 식물. 식물을 위대한 자연의 행위 예술가라고 부르고 싶다. 정교함과 생산성을 겸비한 정력적인 예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