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 법칙에서 보존되는 양이 중요하듯, 인간 세상에서도 변치 않아 좋은 것이 많다

변하지 않는 양이 물리에서만 좋은 것은 아니다. 사람 사는 세상에서도 변하지 않았으면 하고 바라는 것들이 많다.
“변화가 제일 쉬웠다”는 어느 광고 카피도 있듯이 대체로 급변하는 환경에 맞춰 스스로 능수능란하게 변할 수 있는 능력이
각광을 받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때로는 변하지 않는 그 무엇이, 그 변하지 않는 가치 때문에 돈이 되기도 한다.
예컨대 다이아몬드는 그 불변성 때문에 변하지 않는 사랑의 징표로 오랫동안 널리 애용되어 왔다.
때가 되면 그리고 종종 불경기 때는, 복고 열풍이 부는 것도 옛 것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 아닐까?
“옛날 가격 그대로”라는 문구는 금전적으로도 매력적일 뿐만 아니라 변하지 않는 무엇을 갈망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휴대전화를 바꿀 때도 전화번호가 그대로 바뀌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은 누구나 가지고 있다.
이름난 음식점을 갈 때마다 우리는 항상 그 집의 맛이 언제나 똑같을 것이라는 기대를 안고 간다.
맛이 바뀌면 단골들은 옛 맛을 그리워하며 발길을 돌린다.
“장맛이 바뀌면 운암정 문을 닫아야 한다”는 <식객>의 원리는 그래서 예사롭지 않다.
맛뿐만 아니라 음식을 먹는 공간 자체도 사람들 뇌리에는 깊이 박혀 있다. 같은 음식이라도
장소에 따라 그 맛이 다르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 무턱대고 크게 신장 개업했다가 다시 문 닫는 음식점을 우리는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대한민국은 매우 짧은 시간 동안에 역사상 유래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성과를 이루었다.
그러다 보니 우리 주변에는 미처 챙기지 못한, 변하지 않는 가치들도 적지 않다.
이제 거의 다 철거되고 사라진 종로의 피맛골도 그 중의 하나일 것이다.
그나마 요즘 우리의 옛 것, 변하지 않는 것의 가치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어 다행스럽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