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밀라노 가구 박람회의 모로소(Moroso)관 디스플레이는 물질적 단순함을 넘어서 정신적인 단순함의 경지에 이른 요시오카 토쿠진의 출중한 작품세계를 보여주었다. 멀리서 보면 환상적인 이미지에 무언가 들어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 공간을 채우고 있는 것은 놀랍게도 투명한 빨대들 뿐이다. 어떤 첨단재료나 기술도 없다. 그런 점에서 이 디스플레이 디자인은 정신적으로 대단히 단순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널려있는 이 수만 개의 빨대들을 통해 흡사 망망대해에서나 느낄 수 있는 그런 무한함, 절대적 숭고함에 직면하게 된다. 이 광경은 숭고함, 무한함을 기호(symbol)화하지 않고 그대로 코앞에 가져다 준다. 설치미술의 혐의를 아무도 제기하지 않는 것은 이런 생생한 감동 때문이다. 그의 디자인이 이렇게 겉모습의 남다름에서 멈추지 않고 감동으로 마무리 된다는 사실은 디자인에서도 완성도나 정신적 가치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보여준다.
비록 표피적인 느낌만을 칭하는 표현이긴 하지만 요시오카 토쿠진 같은 일본 디자이너들에겐 ‘엣지’라는 말이 맞춤옷처럼 맞아떨어지는 것 같다. 일본의 디자이너들은 대체로 무언가 윤곽이 딱 떨어지는, 각이 잡혀 보이는 디자인을 선호해왔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요시오카 토쿠진은 다양한 재료에 대한 실험이나 사물을 보는 파격적인 관점을 통해 모양보다는 정신적인 각(edge)를 잘 표현해온 디자이너라고 이해해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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