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2개월 전, 그는 영화 <용쟁호투>의 막바지 작업 도중에 갑작스런 뇌 관련 질환으로 병원에 입원했던 경험이 있었다. 그래서인지 이미 몇 달 동안 그가 죽었다는 헛소문이 종종 돌았고, 일각에서는 이것이 영화사의 홍보 전략은 아닐까 하는 추측이 나오곤 했다. 그나저나 누구보다도 건강해야 마땅했을 직업 무술가가 왜 그렇게 갑작스레 사망했던 것일까?
이소룡의 사망 원인은 지금까지도 수수께끼이며, 논란의 대상이며, 종종 음모론으로 해석된다. 삼합회 같은 폭력 조직과 싸우다 죽었다는 설, 가라테를 폄하한 것에 분노한 일본인 무술가들이 죽였다는 설, 쿵푸를 대중화하고 상업화하는 것을 싫어한 고수들이 특수 점혈법으로 자연사처럼 보이게 죽였다는 설, 약물 복용으로 사망했다는 설, 땀샘 제거 수술의 부작용으로 죽었다는 설, 영화계 관계자가 암살을 사주했다는 설, 심지어 어려서부터 그를 쫓아다니던 악령, 또는 그림자가 마침내 그를 죽였다는 설까지 있다.
그의 죽음이 석연찮은 느낌을 주는 까닭은 관계자들의 은폐 시도 때문이다. 우선 그는 자택이 아니라 내연녀라는 의혹을 산 여배우 베티 팅 페이의 아파트에서 잠을 자다 혼수상태에 빠졌다. 당황한 베티는 우선 영화사 대표 레이몬드 쵸를 불렀고, 30~40분이 지나 도착한 레이몬드는 비밀 보장을 위해 베티의 주치의를 불렀으며, 그래도 소용이 없자 비로소 구급차를 불렀던 것이다. 애초부터 스캔들을 우려해 쉬쉬하지 말고 곧바로 병원으로 옮겼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지 않았을까. 사건 이후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 심지어 유족들까지도 계속해서 말을 바꾸는 통에 의혹은 커져만 갔다.
공식 발표에 따르면 이소룡의 사망은 그 직전에 앓았던 뇌 관련 질환과 연관이 있으며, 사망 당일에 복용한 진통제 에콰제직에 대한 과민반응이 직접적 원인인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감히 무엇이라 단언하지는 못한다. 이소룡의 전설이 계속되는 한, 그의 죽음을 둘러싼 세간의 억측과 논란도 계속되지 않을까. 전기 작가 브루스 토마스는 이소룡이 어느 친구에게 한 의미심장한 말을 인용하며, 항상 자신의 몸을 극한까지 몰고 갔던 그의 승부욕이 간접적인 원인은 아니었을까 추측한다. “세상에는 한계라는 게 없어요. 꼭대기만 있을 뿐이죠. 그렇다고 꼭대기에 머물라는 말은 아니에요. 분명히 그것을 넘어서서 나가야죠. 그게 혹여 당신을 죽일 수 있다면, 죽일 테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