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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 탄생의 비밀-네이버캐스트

띨빡이 2009. 7. 11. 09:06

강원도 강릉의 정동진 해안은 해돋이 관광객뿐 아니라 지형학자에게도 명소이다. 한반도의 땅덩어리가 솟아오른 가장 도드라진 증거가 여기 펼쳐져 있기 때문이다. 모래시계공원이 있는 해변에서 조각공원 쪽을 바라보면, 언덕 위에 올라앉은 배 모양의 리조트 건물이 이채롭다. 그러나 60만~70만 전 이 ‘배’가 있는 평평한 언덕은 실제로 파도가 치는 해수면이었다.

 

 

한반도, 10만년에 10m꼴 융기

장호 전북대 지리교육과 교수는 “썬크루즈 리조트가 있는 해발 60~70m의 해안단구는 정동진에서 가장 넓은 단구”라며 “정동진에는 해발 160m까지 약 10m 높이마다 단구 면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그는 “한반도의 땅덩어리는 1000년에 0.1m, 곧 10만 년에 10m꼴로 융기하고 있다”며 “정동진은 그런 융기를 보여주는 교과서 같은 증거”라고 설명했다. 해안단구는 파도에 깎여 평평해진 해안이 지반융기와 함께 솟아올라 형성된다. 정동진에서는 심곡리 곰두리 단구에서 바위에 구멍을 파는 조개화석이 발견됐는가 하면 해발 160m 단구에서 암반이 파도에 깎여 만들어진 자갈층이 확인되기도 했다.

 

 

한반도 융기의 또 다른 주요 증거는 산꼭대기의 평평한 땅을 가리키는 고위평탄면이다. 해발 1300m인 대관령 삼양목장과 800m인 횡성휴게소, 500m인 남한산성을 이으면 한 직선상에 놓인다.

 

최성길 공주대 사범대학장(지형학)은 “이들 세 지점은 과거에 하나의 평탄면, 곧 해수면을 이뤘다”며 “신생대 말 지반운동을 받아 동해안 쪽이 서해안 쪽보다 더 많이 솟아올라 현재의 ‘동고 서저’ 지형을 이뤘다”고 설명했다. 한반도가 지역별로 다양한 융기를 보인다는 주장도 있다. 박수진 서울대 지리학과 교수는 수치고도모델(DEM)로 한반도의 지형을 분석해 북부·중부·남부·동해안 등 4개 지반운동구로 나눴다. 융기의 중심은 개마고원과  태백산맥, 덕유산·지리산 축이었다.


박 교수는 “신생대 제3기 단층운동으로 태백산맥과 개마고원을 중심으로 북서쪽으로 기운 한반도 지형의 원형이 형성됐고, 이후엔 산지가 침식되면서 줄어든 무게를 보상하기 위한 지각균형적인 점진적 융기가 일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최 교수도 “한때 서·남해안의 복잡한 해안선을 침강으로 설명한 적이 있었지만 이곳에서도 해안단구가 잇따라 발견되면서 융기가 분명해졌다”며 “약 200만 년 전 이후에는 동·서해안의 융기속도가 같아졌다”고 말했다.


 

 

동해 바닥에서 발견된 '육지 조각'

그렇다면, 한반도에 산맥이 솟고 지형이 동쪽으로 기울게 한 원동력은 무엇일까. 지질학자들은 그 힘이 신생대 제3기 동안 동해를 열고 일본이 한반도에서 떨어져 나가도록 했다고 믿는다. 먼저, 동해와 태백산맥의 형성이 비슷한 시기에 일어났음을 보여준 주목할 연구결과가 나왔다. 민경원 미국 플로리다대 교수와 조문섭 서울대 교수 등은 지난해 미국지구물리학연맹(AGU)에 낸 논문에서 대관령 화강암 내 인회석의 형성시기를, 동해 형성 시점과 같은 약 2300만 년 전으로 계산했다. 조 교수는 “(이로써) 동해가 처음 열리면서 경동 요곡작용에 의해 태백산맥이 만들어졌다는 기존의 가설이 지질학적으로 뒷받침된다”고 밝혔다.


동해는 서·남해와 출생부터 다르다. 서·남해가 간빙기 해수면이 높아지면서 물에 잠긴 육지라면, 동해는 지각이 깊게 갈라지고 그 틈에 해양지각이 형성돼 만들어진 바다이다. 일본이 한반도에서 분리되면서 떨어져 나간 육지 조각은 지각변동의 흔적으로 동해에 널려있다. 울릉도 북쪽에 위치한 한국대지는 그런 예이다. 폭 250㎞, 길이 200㎞의 넓은 해저 대지인 이곳의 수심은 800~2800m로 주변보다 훨씬 얕다. 한국해양연구원이 한국대지에서 굴착한 암석은 북한산이나 설악산을 이루는 암석과 비슷한 중생대 쥐라기의 대보화강암인 것으로 나타났다.

 

 

부채꼴 확장설 대 이단계 확장설 논란

동해의 형성은 논쟁을 부르는 주제다. 대륙충돌과 해양판 확장이 얽힌 복잡한 지각변동이 동해를 둘러싸고 벌어졌기 때문에 명쾌한 해명이 쉽지 않다. 1980년대 중반 일본 연구자들은 ‘부채꼴 확장설’을 발표했다. 약 1500만 년 전 일본 서남부가 대한해협을 축으로 시계방향으로 54도 회전하고, 동북부는 1100만~2100만 년 사이 반시계방향으로 50도 회전해 오늘날의 휘어진 일본열도와 동해를 형성했다는 이론이다. 김인수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는 “이 이론은 선풍을 일으켰지만 일본열도를 회전 이전으로 복원했을 때 동해에 가라앉은 대륙지각이 들어설 공간이 없고, 1500만 년 이전의 화산암이 동해 주변에서 발견되는 것을 설명하지 못하는 등의 한계를 지닌다”고 말했다. ‘2단계 확장설’은 부채꼴 확장 이전에 일본 섬들이 남동쪽으로 평행이동했다고 본다.

 

 
동해가 열린 원동력이 무언지도 논란거리다. ‘당겨열림설’은 5천만 년 전 인도대륙과 유라시아대륙의 충돌 여파로 동해가 열렸다고 본다. 김인수 교수는 “고무지우개를 세로로 세워 위에서 누르면 마치 양쪽에서 잡아당기듯 좌우로 벌어지는 힘이 작용한다”며 “그 힘 때문에 바이칼호, 남중국해와 함께 동해도 열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동해 안에 탄생의 엔진이 들어있었다는 이론도 만만치 않다. 이윤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박사는 “해양판인 태평양판이 맨틀로 파고들어 마그마를 형성하는 곳에 위치한 동해 지하는 현재도 열류량이 높다”며 태평양판과 필리핀판의 확장을 동해 생성의 원동력으로 꼽았다. 

 

 


뒤로 물러나는 폭포
한반도 융기가 후퇴 가속시켜 

시원한 물줄기를 쏟아내는 폭포는 언젠가는 뒤로 물러날 숙명을 안고 있다. 폭포 끄트머리 암반이 침식해 사라지기 때문이다. 특히, 지반이 솟아나는 곳에서는 유속이 빨라져 후퇴속도도 더 빠르다.
 


‘한국의 그랜드캐니언’이라 불리는 강원도 삼척시 통리 협곡에 있는 미인 폭포는 대표적인 예이다. 중생대 백악기의 퇴적층이 고생대 석탄지대로 둘러싸여 있는 통리 협곡은, 상대적으로 무른 퇴적층이 300m 가까이 패여 붉은 퇴적암반이 드러난 깊은 계곡이 됐다. 협곡을 흐르는 오십천은 동해가 열리고 태백산맥이 솟으면서 물살이 빨라져 침식을 가속했다. 상류로 향하는 이 침식의 선단이 바로 미인 폭포이다.


경기도 연천군 전곡읍에 있는 재인 폭포도 물러나는 폭포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지장봉에서 흘러내린 계곡물이 한탄강의 현무암 대지를 깎아내, 현재는 강변에서 북쪽으로 350m가량 물러나 있다. 미국과 캐나다 국경의 나이아가라 폭포는 빠른 침식속도로도 유명하다. 이 폭포는 지난 1만 2000년 동안 11.4㎞를 후퇴해, 직선이던 폭포 선단이 말발굽 모양으로 바뀌었다. 연간 1m의 후퇴속도이다. 물흐름을 바꾸고 침식억제 공사를 통해 현재 침식속도는 연간 1㎝ 수준으로 줄었다.